작은 손길, 또 다른 가족
효’를 어떻게 실천하시나요?
독거노인들에게 사랑을 전달하며 일상생활에서 효를 생생하게 배워가고 있는 ‘정발고등학교 효사랑 봉사단(이하, 효사랑/봉사단)’. 효사랑 봉사단은 학생 20명, 학부모 20명으로 2002년에 고양시에 최초로 창단되었으며, 정발고등학교에는 2005년에 설립되었다. 효사랑은 고양시 내의 많은 고등학교에 소속되어있는데, 각 학교 효사랑끼리 자매결연이 되어있다. 그 중 정발고등학교에서는 올해 학생 10명, 학부모 10명으로 개편되었고, 학교 자체적으로 '청소년성취포상제/효사랑/어깨동무'를 묶어서 '가족봉사단'으로 통칭하여 운영하고 있다. 더운 날씨에도 바삐 움직이는 그들. 작은 손길로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그들의 활동을 알아보자.
손수 요리한 반찬이 독거노인에게 전달되기까지
봉사단의 활동이 시작되는 가사실로 안내해주며 손준혁(2학년, 단장)학생의 학부모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독거노인을 찾아가 전달하고 말벗도 되어드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효사랑 봉사단에 대해 첫 마디를 꺼냈다.
손준혁(2학년, 단장) 학생 학부모
가사실에 도착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요리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개수대에 조리도구를 씻거나 재료를 준비하는 등, 단원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요리 대열이 갖추어지고 조리가 안정궤도에 들어선 후, 정발고등학교 효사랑의 단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손준혁 학생(아래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을 만나보았다.
(요리에 열중하는 손준혁 학생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효사랑 봉사단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죠?”
“정발고등학교에 다니던 형이 사춘기가 조금 심해서 방황을 했었는데 효사랑 봉사단에 들어가서 형이랑 엄마랑 협동해서 활동을 하다보니까 형 성격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형처럼 좋은 활동을 하면서 부모님과 좀 더 소통을 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죠.”
“그렇군요. 봉사단 활동을 이끌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요?”
“단원들이 다 봉사를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신청했기 때문에 단합도 잘 되고 봉사 진행도 매끄러워서 힘든 적은 없었어요.”
“봉사단 활동을 하러 얼마나 자주 모이나요?”
“2주일에 한 번씩 활동해요. 그래서 그런지 1년에 찾아뵈어야 한, 두 번인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보다도, 도와드리는 어르신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봉사활동 모습을 둘러보니, 손준혁 학생의 말처럼 모두 한 마음을 가지고 활동에 임한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조리 중인 반찬을 직접 보러 돌아다녔다. 메뉴는 팀에 따라 계란말이, 콩나물무침, 오이지 등 다양했다. 그 중 유독 열심히 오이지를 무치고 있던 김혜지(2학년)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오이지를 만들기 시작한 김혜지 학생)
"오이지를 다 만들면 어느 분께 전달할 예정인가요?”
-> "주엽동에서 홀로 사시는 할머니께 드리려고 해요."
“댁에 가면 할머니가 어떻게 대해주시나요?”
-> “친손자 대하듯이 맞아주세요. 저희가 이렇게 도와드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대부분 당뇨, 치매, 파킨슨 병 등으로 몸 상태도 안 좋으시고 게다가 동거하는 사람조차 없어 하루하루를 매우 힘겹게 살고 계시는데, 오랫동안 홀로 계시면서 사람이 그리워질 때도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가면 그렇게 반가워하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직계 할아버지, 할머니 대하듯이 재롱도 부리고 말벗도 되어드리고 있어요.”
“시험기간에도 활동을 하나요?”
-> “시험기간에는 활동을 쉬어요. 그렇게 해서 2~3주정도의 기간 동안 봉사를 가지 않으면 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 정도 쉬게 되면 오히려 할머니가 잘 계시는지 걱정이 될 때가 많아요. 찾아뵙지 못한 동안 장마가 왔다면 ‘할머니 댁은 이 큰 비에 피해는 없었을까...’ 걱정이 되고, 폭설이 왔다면 ‘눈이 심하게 왔는데 할머니 댁은 무사한가... 길이 미끄러운데 다치시진 않았을까...’ 등의 걱정이 돼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할머니께 너무 정이 들었나 봐요.(웃음)”
(동료 단원과 함께 오이지를 양념에 무치고 있는 김혜지 학생(사진 맨 왼 쪽))
도와드리는 할머니의 심정을 고려하며 봉사를 하고 할머니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김혜지 학생의 심정이 전해져 마음이 훈훈해지는 인터뷰였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닭볶음탕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양념이 막 섞여 들어가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있는 닭볶음탕에 약간의 감칠맛을 가미하기 위해 소금을 넣고 있었던 유정민 학생의 학부모와 만나보았다.
(닭볶음탕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 유정민 학생 학부모)
“효사랑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큰애 때부터 4년째 한 할아버지 댁에 다니고 있습니다. 음식도 전해드리고 병원도 모셔다드리고 하죠. 할아버지가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신데 지금은 정이 많이 들어서 저희를 많이 의지하시고 자식처럼 대하십니다. 만나면 눈물부터 흘리십니다. 작년 어버이날에 '위드나들이'라고 어르신들 모시고 산책시켜드리는 날이 있었는데, 그렇게 무뚝뚝하시던 할아버지가 그날 춤을 추셔서 모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게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셨군요. 할아버지가 그렇게 마음 문을 열기까지에는 어머님과 자녀분의 노력이 컸겠네요. 효사랑 활동을 꽤 오래 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 4년 동안이나 하게 되었나요?”
-> “좋은 일을 하면서, 아이가 효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른을 공경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교과서 속의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현장경험으로서 깨달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서 효사랑 봉사단 활동을 오랫동안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진실한 마음이 담긴 반찬을 전하며 4년 동안 꾸준히 할아버지를 보필해 온 유정민 학생과 그 학부모의 노력으로 그렇게 단단히 굳어있던 할아버지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할아버지를 진심으로 도우면서 학생 역시 어른을 공경하는 예절을 몸소 익힐 수 있었다니 효사랑 봉사단은 일석이조의 효과인 셈이다.
이렇게 단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며 반찬조리과정에 함께하다 보니, 어느새 독거노인에게로 전달될 음식들이 다 완성되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나올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다.
(완성된 반찬을 용기에 담고 있는 단원들)
이제 이 반찬들은 각 팀이 맡고 있는 독거노인의 거처로 옮겨지게 된다. 단원들이 반찬을 용기에 담아 포장하고 있을 때, 조리 중 인터뷰를 했던 김혜지 양에게 반찬전달 과정을 동행취재해도 된다는 허락을 얻어내어 김 양과 학부모의 행로에 합류하게 되었다.
동행취재
할머니 댁은 정발고등학교에서 차타고 5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준비해온 반찬통을 가지고 댁이 위치해있는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반찬을 옮기는 김 양을 도와주고 싶어하시는 할머니)
(반찬을 다 옮겨 담고 뒷정리를 하고 있다.)
반찬을 다 담고 할머니와 우리는 안방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로 안부 인사를 다 나누었을 즈음, 김혜지 학생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푸른빛이 아름다운 스카프였다.
(김혜지 학생이 할머니께 손수 물들인 쪽 스카프를 드리고 있다.)
“할머니, 할머니께서 평소에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피부가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셨죠? 오늘은 할머니를 위해 제가 쪽으로 직접 물들인 스카프를 준비해왔어요. 쪽이 아토피성 피부에 좋다고 해서요. 예쁘죠?” “아유, 나 때문에 일부러 만들어가지고 온 거야? 고마워서 어떡하나……. 색이 쪽색이 져서 아주 예쁘네.”
“네, 제가 쪽을 이용해서 직접 그 색으로 염색했어요. 할머니 빨리 드리고 싶어서 오늘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몰라요.”
(스카프를 직접 할머니께 둘러 드리는 김혜지 학생)
김혜지 학생이 할머니께 스카프를 직접 둘러 드리기도 하였는데, 그 모습을 보니 마치 친손녀와 친할머니 사이를 연상시키는 다정함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만남으로 맺어진 손녀에게 스카프를 선물 받은 할머니의 모습이 행복해보였다. 할머니의 건강을 마음 속 깊이 생각하는 김 양의 진심이, 정성을 다해 만든 오이지, 쪽 스카프와 함께, 할머니께도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다.
스카프를 드리고 나서 할머니와 김혜지 학생에게 인터뷰를 요청해보았다.
“할머니, 손녀 같은 학생이 찾아와서 할머니와 또 다른 가족이 되었는데 어떠세요?”
-> “좋지.”
할머니의 기분을 나타내는 것은 이 짧은 대답만으로도 충분하였다. 할머니는 학생이 이렇게 와서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당신과 함께 있어주는 것이,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냥 좋으셨던 것이다.
“혜지 양이 보기에 할머니는 어떤 분이신가요?”
-> “할머니는 이미 칠순이 넘으셨는데요, 그 연륜만큼 생활의 지혜도 풍부하셔서 오히려 도와드리러 온 제가 많이 배워 가곤 해요. 그러고 보니 제가 할머니께 알려드릴 수 있었던 것은 휴대폰 문자 작성법밖에 없는 것 같네요.(웃음) 할머니가 그만큼 아는 게 많으세요.”
“할머니가 참 지혜로우신 것 같네요. 그런데 할머니 몸은 괜찮으신지요?”
->“나? 안 좋지. 당뇨가 있어서 눈이 점점 나빠지고 있고 다리도 많이 아프고 거기다가 아토피 피부염까지 있으니……. 지금 눈은 나빠질 대로 나빠져서 마치 항시 베일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다니까. 글씨도 잘 안 보이고.”
“아……. 많이 답답하시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지내시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가 몸이 안 좋으신 데도 밝게 살아가실 수 있으신 것은 김혜지 학생의 진심어린 보필 덕분이 아닐까?
epilogue
정발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은 잊히지 않는다.
(교장선생님이 효사랑 봉사단의 활동을 지켜보며 흐뭇해하시고 있다.)
“난 단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 지원만 해줄 뿐이야. 알다시피 봉사활동은 자기 스스로 마음을 먹고 해야 하는 것이니까.”
정발고등학교 효사랑 봉사단 역시,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어려운 이웃을 도우는 데 쓰겠다는 진심으로 똘똘 뭉쳤기에 독거노인을 자기 가족처럼 여기며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작지만 소중한 손길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효로 맺어진 또 하나의 아름다운 가족이 형성될 수 있었다. 효사랑 봉사단의 사랑이 앞으로 더 많은 독거노인들에게 전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고양시 SNS 자원봉사 기자단
(취재 : 고양시SNS자원봉사기자단 VJ팀 / 기사작성 이현지(lee24518@naver.com) / 사진촬영 : 이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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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작은 손길, 또 다른 가족 - 정발고등학교 효사랑 봉사단|작성자 lee2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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