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소식

“딸과 손녀를 한꺼번에 얻어 기뻐요”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박순화

black sheep wall! 2010. 10. 13. 11:22

 

 

 

 

 

 

 

“딸과 손녀를 한꺼번에 얻어 기뻐요”

이주여성에게 친정어머니가 되어준 박순화 씨

글/ 이명혜

 

 

요즘 우리 사회에 외국에서 시집온 이주 여성들이 많이 증가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사랑하는 남편 하나만을 보고 온 여성들. 아이 낳고 기르면서 친정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닐 것이다. 엄마한테 신랑 흉도 좀 보고, 응석도 부리면서 결혼생활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싶을 때 그녀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엄마가 그리울까. 이런 마음을 배려한 ‘친정엄마 되어주기’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도 친정엄마랍니다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친정엄마’로 활동하고 있는 박순화 씨(65세)를 만나보았다.

박순화 씨는 대한적십자 봉사회원으로 18년째 봉사활동을 해왔고 현재 고양적십자지구협의회 감사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이주여성들의 ‘친정엄마’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중국에서 시집온 야우웨이 씨의 친정엄마가 되었다.

“우리 야우웨이는 얼마나 검소한 지 화장도 잘 안하고 살림도 아주 알뜰하게 해요. 그래서 더 정이 가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마치 진짜 엄마처럼 딸자랑을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음을 나누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야우웨이에게는 5살된 딸이 있는데 걔가 통 곁을 안줘요. 처음에는 돌봐주기 힘들었는데 하루는 ‘할머니 우리집에서 차 마시고 가세요’ 하는 거에요. 참 기분 좋더라구요.”

진짜 외할머니처럼 선물도 주고 놀아주고 생일도 챙겨주니 아이도 마음을 열고 할머니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는 다른 친구들에게 ‘나도 할머니 있다. 우리 할머니 차도 있다.’하고 자랑을 한다고.

 

 

 

 

 

 

“나는 마음의 부자”

“하루는 밤 10시가 넘어서 야우웨이에게 전화가 왔어요. 애랑 엄마랑 토하고 설사하고 많이 아프다는 거예요. 바로 응급실로 데려갔죠. 새벽 1시나 돼서 진료를 받고 나는 집에 다녀오겠다고 왔는데 잠을 잘 수 없는 거예요.”

야우웨이의 남편은 직장일 때문에 주중에는 집에 들어오지 못하니 급한 상황에서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모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박순화 씨는 ‘진짜 딸이면 엄마가 집에 와서 잠을 잘 수 있겠나’ 싶은 마음에 한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음이 아파 눈가가 붉어지고 있었다.

“배 아파 난 딸은 아니지만 챙겨주고 싶어요. 거저 딸을 얻었잖아요.”

야우웨이가 서툰 한국말로 “나는 엄마를 만나 행복해.”라고 말해주었을 때 박순화 씨도 함께 행복했다.

“남을 위해 뭔가 한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지요. 인생은 긴 것이 아니에요. 좋은 일을 하며 살기에도 짧아요.”

남을 돕는 것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행복을 얻는 일이라는 박순화 씨. 그녀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마음의 부자다.”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2008년 개원하여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교실, 요리교실, 통번역서비스를 비롯해 다문화 자녀를 위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사회에 맞춰 결혼이민자들로 구성된 다문화강사를 양성해 각 학교에 파견, 다른 문화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저소득가정 친정어머니결연은 1:1로 결연을 맺는 것으로 현재 50쌍이 돈독한 모녀의 정을 나누고 있다.

센터의 김희진 과장은 특히 다문화 자녀를 위한 언어발달지원사업에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아이들의 언어발달상태를 진단해주고 부모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언어발달에 지장이 없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센터는 이날 기쁜 소식으로 들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주한 숙아띤 씨가 외환은행 나눔재단 다문화가족대상에서 행복가족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숙아띤 씨는 센터에서 통번역봉사, 육아정보나눔터 자녀 돌보미, 다문화봉사단 회장 등 다양한 봉사를 통해 본인처럼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족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봉사회를 결성해 독거어르신에게 밑반찬을 만들어드리는 등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