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나눔 티셔츠' 모델로 나선 영화배우 장동건씨
10년 넘게 나눔활동 해와
최근엔 라오스서 8박9일 봉사… 팬들도 양로원 방문·기부 나서
영화배우 장동건(38)씨 얼굴은 새까맸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재능을 나눕시다' 티셔츠 촬영을 위해 웃옷을 벗자 더 까맣게 탄 양팔이 드러났다.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는 라오스에서 8박9일 동안 봉사활동을 하다가 하루 전인 1일 귀국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선크림을 아무리 발라도 소용이 없어서 나중에는 포기하고 그냥 지냈다"고 웃었다.기아(饑餓)문제 해결 기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홍보대사인 그는 라오스 방문 때 잡지 자선 화보 촬영으로 모금한 후원금 중 6만달러를 라오스 정부에 기부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시(市)에서 차로 12시간 걸리는 농(Nong) 지역 화전민(火田民) 마을을 돌며 홍수로 농사지을 땅이 사라진 주민들에게 쌀을 나눠주기도 했다. 장씨는 아예 이틀 동안은 전기·수도가 없는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먹고 잤다.
다음 달 영화배우 고소영씨와 결혼하고 새 영화(디데이) 촬영이 임박한 그에게 8박9일은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는 "이왕 WFP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됐으니 명예직으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제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보고 느낀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제대로 경험해야 할 것 같아서 함께 생활했어요. 아! 물론 쉽진 않았습니다. 집에 문이 없어서 잠잘 때 동네 개가 마음대로 들락날락하고(웃음)."
장씨는 비엔티안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한류(韓流) 스타'지만 TV드라마나 영화를 접할 기회가 없는 이 지역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이방인'을 경계하던 마을 아이들은 그가 테니스공, 축구공을 선물하고 함께 놀자 '형'이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다. 그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그곳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며 "꿈을 가질 기회조차 없어 안타까웠다"고 했다.
WFP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2008년 한국인 최초로 장동건씨에게 홍보대사를 제안했을 때 당연히 수락할 줄 알았는데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 했다. 미국 여배우 드류 배리모어, 브라질 축구선수 카카 같은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는 사람만 홍보대사가 되기 때문에 그에게도 영광이었지만, 그는 "선행을 인기를 높이는 데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 ▲ 지난 2일‘재능을 나눕시다’티셔츠(남성용)를 입은 장동건씨 얼굴이 유난히 까맣다. 그는 결혼과 새 영화 촬영을 앞두고 8박9일 동안 라오스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장씨는 WFP 홍보대사 이전에도 10년 넘게 나눔활동을 해왔다. 2001년 생명나눔실천본부 홍보대사를 하면서 사후(死後) 각막기증을 했고, 2003년부터 연예인 봉사모임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따사모)'에 참여해 장학금을 내왔다. 연예인야구단 '플레이보이즈' 선수들과 함께 소외계층·농어촌 학생들의 영어공부를 위해 '위성 안테나 1000대 설치 운동'도 했다. 최근에는 동료 영화배우들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액터스 초이스'를 결성해 '우리(WE)'라는 노래를 불렀고 음반 수익금 일부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올 초 아이티 지진 참사 때는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 그를 보고 팬들도 나섰다. 한국 팬클럽 '아도니스' 회원들은 서울 종로 탑골공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해왔다. 장동건씨 생일 같은 기념일에는 장씨 이름으로 유니세프(UNICEF) 등에 기부를 한다. 아도니스 인터내셔널 팬클럽과 일본 팬클럽도 각각 1만6500달러와 3300달러를 장씨 이름으로 WFP에 기부했다.
'재능을 나눕시다' 캠페인에 참여한 장동건씨는 "자기 재능을 활용하면 큰 시간이나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봉사를 할 수 있어 더 뿌듯하다"며 "이번에 만든 티셔츠가 많이 팔려서 그 수익금으로 재능 나눔 운동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