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길의 변신
달콤한 장미 꽃향기를 맡으며 걷다가 어느새 골목길로 접어든다. 담벼락 속 꼬마들은 숨바꼭질에 빠져 해가 지는 줄 모른다. 개의 그림과 함께 '개가 물어요'라는 설명이 있는 집 앞을 지나갈 땐 발걸음도 조심조심. 골목을 거닐다 지치면 담장 그림 속 벤치에 앉아 쉬어도 좋다. 야외 미술관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키는 이곳, 아이들과 함께 그림도 구경하고 산책도 하며 걸을 수 있는 '일산 벽화거리'를 찾아가 봤다.
■어릴 적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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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탤런트 현빈, 슈퍼스타 K2 출신 강승윤, 가수 G-드래곤을 그린 벽화가 있는 ‘우리, 그리고 희망’길.
일산 벽화거리는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1동에 있는 일산중·고등학교 담장부터 일산1동 주민센터 옆 단독주택 골목길의 천주교 일산교회 담장, 현대 3차 아파트 담장, 그리고 에이스 10·11차 아파트 담장으로 이어지는 2km 남짓한 구간에 조성되었다. 쉬엄쉬엄 산책하면서 걷다 보면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곳은 지난 2010년 겨울, 일산서구청이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신도시에 비해 아직도 옛날 정취가 남아 있는 구일산 지역을 '문화가 공존하는 벽화거리'로 조성한다는 취지로 벽화사업을 시작했고 주민과 학생, 자원봉사자 350여 명이 참여해 약 2개월간 일산동 일대에 벽화를 그렸다.
- ▲ '동심' 길.
일산 벽화거리를 둘러보기 위해 먼저 찾은 곳은 에이스 10·11차 아파트 사이의 담장 길. 이 길은 '꽃과 새' '꽃밭에서'를 테마로 삼았다. 양쪽 담장 길을 따라 알록달록 그려진 노란 개나리, 민들레부터 붉게 물든 진달래, 벚꽃, 장미꽃을 구경하다 보면 마치 꽃동산에 온 기분이다. 꽃향기에 취해 걷다가 닿은 곳은 일산1동 주민센터 옆 골목길. 담장 낮은 집들이 오밀조밀 자리 잡은 동네 주택가인 이곳에는 '동심'을 테마로 한 벽화들이 가득하다. 벽화 속 아이들이 한창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담벼락에 기대어 열을 세는 술래, 숨바꼭질은 잊어버리고 친구와 풍선 불기에 빠져 있는 개구쟁이들, 나무 밑에서 잠이 든 아이, 담벼락을 거니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그림 보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쓰여 있는 전봇대 표지판 뒤로 방금 여자 친구에게 뽀뽀를 받고 좋아라 하는 순진무구한 아이의 그림과 마주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담벼락 하나하나에 어릴 적 우리들 이야기가 있어 마치 동화책을 보며 걷는 기분이다. 골목을 빠져나와 출출하다 싶으면 일산시장에 잠깐 들러도 좋다. 일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떡볶이나 어묵 같은 아이들 간식거리도 맛보고 순대국밥 집 중앙시장(031-975-6357)에 들러 한끼 식사도 할 수 있다.
- ▲ '꽃과 새' 길.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담장
- ▲ '동심' 길.
일산중·고등학교 담장을 걷다 보면 마치 야외 미술관에 온 기분이다. '우리, 그리고 희망'이라는 주제로 미술을 공부하는 중·고등학생들이 그린 다채로운 그림을 구경할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탤런트 현빈과 가수 G-드래곤, 예능 프로그램 '슈퍼스타 K2' 출신의 강승윤을 그린 벽화도 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근 주민이 직접 참여한 타일 벽화. 일산중·고등학교 학생과 이웃 주민들, 유치원생들이 직접 타일에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 구워 유약을 바르는 꼼꼼한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동네 벽화를 자신이 직접 완성했다는 자부심에 벽화를 바라보는 주민의 애정이 남다르다고. 타일 그림 옆에는 수백 장의 CD를 붙여 그린 벽화가 햇살에 반사돼 반짝거린다. 인근 한뫼초등학교 아이들이 완성한 것으로 아이들은 목을 젖히고 자신이 그림을 그려넣은 CD를 찾기 위해 열심이다. 벽화들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포토존도 반갑다. 벽화 속 골대 앞에서 공을 막아내는 포즈도 취해보고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는 장면도 재현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천주교 일산교회와 일산지하차도에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주제로 완성된 벽화도 감상할 수 있다.
글 김성희 리포터 | 사진 한준호 기자
출처 :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20/2011062001162.html?Dep0=dan_main&Dep1=news&Dep2=center&Dep3=center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