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선율에 사랑을 싣고.... 아코디언 봉사단
글/ 이명혜
마음으로 나누는 사랑의 연주
가슴에 아코디언을 메고 풍짝풍짝 연주를 하는 멋진 봉사단이 있다. 그들은... 아코디언봉사단(단장:정희준). 덕양노인복지회관의 아코디언반에서 갈고닦은 연주실력을 바탕으로 봉사활동에 나선 음악봉사단이다.
덕양노인복지회관에는 총 8개의 예술단이 활동 중인데 모두 오디션까지 거친 실력파다. 예술단은 지하철공연 등 공연을 주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3년 전쯤, 아코디언 예술단원 중 몇 분이 주도가 되어 요양원을 방문하여 연주를 들려주게 되었다. 그날 큰 보람을 느낀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봉사단을 결성하게 된 것. 방문하는 요양원이 하나둘 늘어나 지금은 6개의 요양원을 돌아가며 방문한다.
치매노인도 노래 부르다
정희준 단장(68세)은 연주하기 1시간 먼저 도착해 할머니들 손도 잡아주고 안아주고 대화를 나눈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바로 ‘사람’임을 알기 때문이다. 정 단장은 사회를 직접 보면서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몸은 아프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니 기쁜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분들이 젊었을 때 인기있던 곡을 연주해드리면 좋았던 시절을 기억해내고 행복해하십니다.”
노인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잠시라도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매 곡마다 흥을 돋운다. 치매에 걸려 사람도 잘 못 알아보는 노인들도 흥얼거리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재능나눔하는 멋진 실버
아코디언 봉사단 회원은 모두 12명. 60대가 두 분이고 나머지 회원은 모두 70대다. 악기 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봉사단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아코디언이 가볍게 여겨진다.
정희준 단장은 “우리 앞에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몰라요. 그러나 최고의 보람으로 여긴다‘며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인생의 종착역에 있는 분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큰 보람“이라고 강조한다.
재능나눔에 앞장선 어르신들. 앞으로도 건강하게 멋진 활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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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봉사단 정 희 준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없었던 내가 4년 전 취미생활로 시작한 아코디언연주가 이제는 취미가 아닌 봉사의 도구로서 사용되어지는 것을 보면서 65세가 넘도록 나와 내 가족들만 생각하고 살아오면서 자원봉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나에게는 너무나 가슴이 벅차 오르는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덕양 노인종합복지관의 아코디언예술단원의 한 사람으로서 매월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요양원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내 가슴속에는 뜨거운 연민의 정이 솟아나곤 합니다.
내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내손을 붙잡고 외로움을 눈물로 표현하는 어르신의 까칠한 손을 만지며 같이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치매환자라고는 하지만 그러나 제 눈에는 치매환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코디언을 연주할 때면 그 옛날의 좋았던 시절이 생각나시는지 얼굴에 웃음도 피고 때로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하지만 그 옛날에 들었던 아코디언 소리가 어르신들의 기억을 끌어 내는가 봅니다.
우리 연주단을 정말로 알아 보시는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갈 때마다 우리들의 손을 잡고 반가워하는 모습은 항상 눈앞에 아른 거립니다.
다음 달에 다시 방문했을 때 눈에 안 보이는 어르신이 있어서 요양사에게 물어보니까 "며칠 전에 천국으로 떠나셨어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 자책감이 밀려옵니다. 전번에 왔을 때 연주가 끝나고 돌아가려고 할 때 내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던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때 좀 더 잘 해드릴걸....., 언젠가 천국에 가실 것을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가실줄이야....연주를 하면서 그분의 앉았던 빈자리를 볼 때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일찍 부모를 여의었던 탓인가 유난히 사람들과 이별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내 자신이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예술단원들이 대부분 70세를 넘긴 노인들이지만 봉사의 열정만은 젊은 사람들 못지않습니다. 매주 월요일 선생님을 모시고 아코디언 수업을 하고 매주 수요일 복지관에 모여 자율수업을 하며 또 매주 금요일 단원 한 분의 농장을 빌려서 연습을 합니다.
연주하는 곡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옛 가요가 대부분인데 저희들의 연주를 들으며 가사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귀에 익은 노래라서 손뼉을 치면서 어깨춤을 추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 외로움은 없어지는 듯 합니다.
6군데의 요양원을 아코디언예술단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어르신들과 함께 웃고 또 울면서 보내온 지난 2년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고 빛나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라는 것을 평생동안 모르고 살아왔던 내가 봉사의 기쁨을 알고 난 지금 앞으로 힘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의 열정은 식지 않으리라 다짐해봅니다.